산행자료

[스크랩] 설악산 (음지백판골~황철봉~미시령)

은빛날개 2010. 9. 4. 00:15

 

● 일시 : 2008. 11. 01(토)  개인산행

● 코스 : 도적폭포 산장 - 음지백판골 - 황철봉 서능선 - 황철남봉 - 황철봉 - 황철북봉 - 미시령/울산바위 능선갈림길

             - 미시령 (산행시간 : 식사 휴식 포함 7시간 40분)

 

     <구간별 소요시간>

     - 03:00 ~ 07:30  도적폭포 산장 도착

     - 07:40 ~ 09:00  산행시작 및 좌측 지계곡 갈림길 도착 /휴식

     - 09:20 ~ 10:10  쌍폭포 도착 및 휴식

     - 10:30 ~ 11:30  황철봉 서능선 도착 및 휴식

     - 11:50 ~ 12:20  황철남봉 도착

     - 12:20 ~ 12:50  점심 및 휴식

     - 12:50 ~ 13:05  황철봉 도착

     - 13:05 ~ 13:30  황철북봉 도착 및 휴식

     - 13:50 ~ 14:25  미시령/ 울산바위 갈림길 도착 및 휴식

     - 14:40 ~ 15:20  미시령 (하산 완료)

     - 15:20 ~ 15:45  도적폭포 도착 (도보)

 

<음지백판골>

설악산국립공원 북쪽의 음지백판골 상류부에는 한국 최대로 추정되는 신갈나무 고목이 서 있다. 흉고 둘레 6.3m

(지름 약 2m), 높이 약 30m로서 해발 1,270m 지점의 산비탈에 골짜기 아래쪽(북쪽)으로 10도쯤 기운 상태로 서서

풍상을 견디고 있다. 이 나무 이외에도 이 계곡에는 주목, 피나무, 전나무 등 노거수가 빽빽하게 서 있다.

음지백판골의 거목 밀집지는 해발 약 1,050m 지점 근처부터 시작된다. 황철봉(1,381m)과 저항령 사이에서 서쪽으로

뻗은 능선 북사면 일대에 주목을 비롯해 피나무, 전나무, 신갈나무 등 거목들이 여기저기 듬직한 모습으로 서서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                            ○                              ○

 

이번 주는 남쪽 단풍을 둘러 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사람들에 치일까 염려스럽고, 오고가는 교통이 걱정이 되어

포기하고. 올해 마지막 설악산 산행이 될지도 모를 나의 로망인 설악으로 발길을 돌린다...지리산에 푹 빠진

사람들은 지리산 이외엔 다른 산을 잘 찾지 않듯이 나도 설악산이 모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근들어 주등산로가 아닌 오지계곡 산행에 중점을 두고 산행하고 있다.

 

역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음지백판골로 산행지를 정했다. 하산지는 올라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산행기점과

전반적인 산행루트를 머리에 담고 능선에서 각각의 하산루트를 숙지하였다.

선등자들의 산행기도 참조하지만, 막상 산행을 하다보면 중요포인트에서 헷갈리기도 하여 참조만 하고있다.

 

오지산행은 1/25,000 지도, 나침판 또는 GPS 등을 필수품으로, 보조장비로 자일, 고도계, 만보계 등을 갖춰

진행해야 하지만, 나는 이제껏 감각 위주로 산행을 해왔다. 오로지 1/50.000 지도만 가지고, 현지에서 능선과

지형지물의 형태를 보고 판단하며(단, 대략적인 방위개념은 숙지필수), 오지계곡에선 진행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로와 만일 길을 잃었을 땐 나의 감각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어쩌면 위험스럽기도 한 산행방법이지만, 때론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도 한다. 다만 항상 안전을 염두해 둔 산행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앞으론 나도 필수장비는 갖추고 산행을 해야할 듯 싶다... 이런 곳은 주로 홀로 산행을 하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가

발생 할 소지가 다분히 높기 때문이다... 13년 가까이 산행을 하면서 요즘들어 지키는 원칙들이 있다.  

옛날엔 비박도 하고(요즘은 산에서 자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됐다), 무리한 야간산행도 하며 속도전과 지구전을

밥 먹듯이 했었지만, 이젠 그러한 산행들을 지양한다. 물론 몸도 예전 같지 않지만, 그러한 산행은 체력을 측정하듯 

다녀온 것일 뿐, 산 구석구석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끔 지리산 종주같은 예외적인 산행에선 아직도 속도가 불가피하지만,  최근 4년 전 부터는

야간산행을 안하기, 모든 산행은 당일로 마무리하기, 안전산행 하기, 최소장비로 진행하기, 등을

산행기준으로 삼고 산의 진면목을 보고자 노력하고 있고, 또한 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산행을 기획한다...

 

내설악 휴게소에 7시 도착. 아침식사를 하였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파로 들끓었던 이곳이 겨우 20여명의

사람들만 있다. 단풍시즌이 끝나자 썰물이 빠지듯 너무 한산한 풍경이다.

  

 

  도로에서 이 산장으로 들어오면 넓은 주차장이 있다.

창암계곡과 왼쪽에 리본이 있는 곳이 음지백판골 입구

 

음지백판골 입구는 도적폭포 산장에서 바로 계곡에 내려와 100미터 정도 가면 좌측으로 리본이 달려 있다.

다른방법은 도로에서 도적폭포 입간판이 보이면 입간판에서 4번째와 5번째 전신주 사이의 계곡으로 내려오는 리본이 달려 있다.

 

 역시 계곡산행은 여름이 제격이다. 앙상한 가지들만 남은 계곡은 을씨년스럽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산길.

 

 우측으로 이런 길이 아주 잘 나있지만, 오늘은 철저히 계곡산행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바로 계곡으로 내려와 진행한다.

 계곡으로의 직등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오늘 음지백판골도 옆 산길을 이용하면 능선까지 2~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계곡으로 오르면 능선에 오르기까지 4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바위들이 아침 서리가 내려앉아 있어  마치 참기름을 발라 놓은 것 처럼 아주 미끄럽다. 진행하는데 아주 힘들다...

  계곡엔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작은 폭포, 이쁜 소들이 아주 많다.

 

 

  계곡으로 오르며 진행이 어려우면 좌우측으로 우회하기도 하고....계곡산행은

우직스럽게 계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고, 현지에서 어느쪽으로 오를 것인가 진행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여야한다.

 이러한 작은 와폭들이 많이 출현한다. 

 

 

급할 것 없는 혼자만의 산행....아주 천천히 계곡을 음미한다.... 

 

 

산행 기점에서 약 한시간 정도 진행하면 약 10미터 높이의 직폭이 나온다.

이곳은 직접오를 수 없고, 우측으로 우회한다. 

  우회하며 내려다 본 10미터 폭포

 

 

  10미터 직폭에서 약 30분 정도 진행하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이 정규계곡이고 좌측은 지계곡이다.

  계곡 중류부터는 바위에 이끼가 많이 끼어있고, 계곡폭이 좁아진다.

 

 

 

 

 

 

 

 

아직까진 인적이 드문 계곡이라 천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 

 

 

 

 

  

  상류부에 가까워 올 수록 바위가 거의 릿지수준이다. 이끼가 끼어 있고 가팔라 만만치 않다.

쌍폭포 나오기 전 잠깐 우측으로 우회하면 이러한  비박터가 나온다.

 산행기점에서 약 3시간 정도면 음지백판골에서 가장 멋있는 쌍폭포에 도착한다. 높이는 약 15미터 정도. 

  

폭포를 오르는 방법 : 바위로 직등하는 법

앞 바위를 넘어서기가 어렵고 넘어서더라도 직등하기엔 너무 미끄럽다. 보조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폭포 옆길(아주 가파름)로 오르는 방법(녹색선)..원래 없는 길이지만 직등이 어려워 찾아보니,

잘하면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이길로 오름....파란선은 길인 듯 보이지만 실제 메인 등산로와 방향이 다르다.

  쌍폭포에 올라 뒤돌아 본 유일한 전경 

 쌍폭포에 올라 서면 바로 또 다른 멋진 폭포가 모습을 보인다.

이곳도 약 10미터 정도이며, 이곳은 직등이 어렵다

 

 

이 폭포는 우측 우회길이 있는데, 경사가 70도 정도 되는 가파른 길이다. 나무 있는데서 왼쪽으로 길이

나있는데, 오르다 보면 모르고 계속 올라간다. 본인도 계속 올라가도 길이 없어 다시 내려왔다.

  이제 계곡 상류부이다. 폭포지대도 이젠 더 이상 없고, 수량도 줄어들었다. 계곡을 따라 옆에 길이 나있다.

  왼쪽 오른쪽으로 두세번 왔다 갔다 진행한다. 그렇게 10여 분 오르면 이제 주목지대 하단부에 도착한다.

 

이 부분이 가장 헷갈리는 곳인데, 주목숲 하단부 지점이다. 리본이 왼쪽에 달려있지만,

리본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서면 아름드리 나무숲(원시림지대)이 바로 나오고, 그후론 길도

리본도 없어 당황하기 쉽다. 이곳에서 오르락 내리락 길을 찾다 오른쪽 계곡 쪽으로 심한

넝쿨지역이 있어 오른쪽 방향으로 넝쿨을 헤치고 나가자 모덤터가 나온다.

나와서 보니 계곡에서 바로 넝쿨을 뚫고 나오면 이곳과 만난다.

 

< 직진길이 계곡 최상부인데, 조금가면 계곡이 넝쿨로 뒤덮혀 있어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쉽다.

그냥 넝쿨을 뚫고 진행해야한다. 그렇게 잠시 넝쿨과 씨름하면 조금 후에 모덤터가 나오고

그 후론 리본이 달려 있어 능선까지 어렵지 않게 연결된다.>

 

모덤터부터는 길도 선명하고 리본도 달려 있는 주목지대가 시작된다. 

 

 

 

주목지대에서 약 15분 정도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 황철봉 지능선에 도착한다. 제법 넓은 안부다

차가운 바람이 몹씨 불어 쟈킷을 꺼내 입고, 이곳에서 하산길을 검토... 

옥수골,길골,곰골은 같은 계곡길이라 제외하고, 황철봉의 너덜을 보기 위해 황철봉 방향으로 결정.

 

이 지능선 상에서도 헷갈리기 쉽다. 지도상 북서 방향이 옥수골 방향이고, 남동 방향으로 진행시

왼쪽에 리본이 달려 있는데 이 길은 내리막 길이다.(어느방향인지 정확히 모르겠음) 

왼쪽으로 가지말고 직진해야한다.(직진길은 리본이 없음)

 

 

능선에 올라서자 매섭게 바람이 분다. 넓은 안부에 주위는 온통 앙상한 가지만 있는 잡목들 뿐...

일단 휴식하면서 진행방향을 고민하였다. 3주 내내 백담사 방향으로 진행하였고, 하산방향을 또 다른

계곡으로 하기엔 그렇고 해서 옥수골, 길골, 곰골 등은 제외하고, 황철봉의 너덜지대가 보고싶어 이곳으로 결정...

 

  약간 보이는 황철봉

 

  좁은 능선길을 오르며 바라 본 설악 주능선과 저항봉, 마등봉 방향

 

  진행방향에 해가 있고, 짙은 개스 때문에 육안으로도 선명치 못하다.

금요일 비가 와서 멋진 사진을 기대했었는데 아쉽다...

 

  맨 뒤가 대청과 중청

  우뚝 선 봉우리가 귀떼기청봉

 황철남봉의 1너덜과 2너덜이 모습을 드러내고...

 황철봉의 너덜지대는 유명하다. 특히 황철북봉의 너덜을 최고로 친다.

  황철남봉 제 1 너덜 시작

  해 반대방향도 짙은 개스로 전망이 좋질 않다...

  황철남봉 제 2 너덜지대

 

  백두대간과 만나는 황철남봉...

  황철남봉에서 본 전경....해 때문에 멋진 외설악의 전망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아쉽다...

 <참고사진>

  황철남봉에서 바라본 985봉 능선

  황철봉에서 신흥사쪽으로 흘러내린 암봉라인

 

 

 약 10분 정도면 능선상 최고봉인 황철봉에 도착하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어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이 황철남봉~미시령 방향의 대간길은 아주 쉬운길이다.

대간길치고는 대부분이 평탄하고, 너덜지대도 내리막이어서 진행에 어려움은 없다.

 반대방향에서 진행 시는 너덜지대가 고행길이다.

  황철북봉 오름길에서

 

  다시 약 20분 정도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황철북봉(1318봉)을 대한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도 일품인데, 개스로 사방이 흐릿하다...

  황철북봉 정상에서 3분 정도 내려오면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황철너덜이 시작된다.

  정상에 있는 삼각점

 

  황철너덜 시작... 황철북봉 너덜도 1너덜과 2너덜이 있다... 신선봉과 미시령고개도 보인다.

  이 거대한 너덜지대를 보고 있으면 참 조물주의 위대함이 느껴지곤 한다...언제와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울산바위도 선명하다..

  우측 너덜과 앞 봉우리는 1092봉

 

 좌측너덜

 

 

  달마봉의 전경...너덜지대는 약 20분 정도 내려오면 끝난다.

  내려오면서 본 사면에 흘러내린 너덜

  너덜지대가 끝나고 약 20분 정도면 미시령과 울산바위 능선 갈림길에 도착한다.

  여기서 또 고민하였다. 지금 벌건 대낮에 미시령으로 내려가다간 단속원에 걸리기 쉽상이고,

울산바위쪽으로 가자니 너무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더 산행을 하고자픈 생각이 없다...

고민 끝에 개구멍으로 빠지기로 하고 미시령으로 향했다.

  울산바위 능선쪽 (1092봉)에서 흘러내린 암봉라인

 드디어 미시령휴게소가 보인다. 확 트인 지대라 이곳부터 최대한 낮은 자세로 진행하였다.

  화암사쪽에서 신선봉으로 진행 시 거치는 능선이 보인다. 맨 우측 조그만 암봉은 신선대

  개구멍으로 빠져나와 본 미시령 방향 황철봉 초입

 

  저 철망을 넘어야 하는데 감시초소가 빤히 보여 철조망 맨 우측(안쪽에서 보면 좌측)으로 가면 개구멍이 있다.

  그 곳을 빠져나와서도 바로 나오면 걸릴 것 같아 군인들 참호가 있는 곳으로 최대한 돌아 고개로 올라왔다.

  이쪽 말고도 내려오면서 철망이 보이기 100미터 전에 우측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쪽으로도(고개에서 속초방향) 빠지는 길이 있다

 

 

  미시령 고개를 내려오면서 본 황철봉 능선..

 

  차를 회수하기 위해 도적폭포 산장까지 약 3km를 걸어내려 간다.

미시령 옛고개길을 걸어 내려가니 오고가는 차안에서

  신기한 듯 사람들이 쳐다본다. 하기사 이 길을 걸어내려가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미시령 고개길에 조금 남은 단풍이 이쁘다...

 

 산행 내내 사람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던 하루였다...

 깊은 계곡 속에 숨겨진 폭포들... 작은 와폭들.... 수백년의 세월을 견디었을 주목들,

 계절이 지나간 뒤안길에 남겨진 앙상한 가지들....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만들 수도 없는 너덜지대들...

 끊임없이 불어대던 찬바람 속에서 휑한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 듯 서글픔마져 들었던 이 길들이

 돌아와 돌이켜보니 또 다른 그리움이 된다....

 

 

 

출처 : 명월
글쓴이 : 피터팬 원글보기
메모 :